‘새우’는 절지동물문 십각목에 속하는 생이하목(Caridea) 갑각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처럼, 새우의 몸은 딱지로 덮여 있고, 머리, 가슴, 배로 나뉘며 머리와 가슴은 유합되어 있다. 약 5억 년 전의 버제스 셰일 생물군에서는 현생 새우와 비슷한 형태를 지닌 생물이 발견되는데, 왑티아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번 시간에는 왑티아의 발견 및 생물학적 특징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왑티아의 어원
왑티아(Waptia)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요호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 내 왑타 산(Wapta Mountain; 2,778m)에서 유래했다. 왑타 산은 1886년 콜츠(Otto Koltz)가, 이 지역 최초의 국가인 나코다(Nakoda) 언어로 “흐르는 물”을 뜻하는 단어인 “Wapta”를 사용하여 명명하였다.
왑티아에 대한 연구
왑티아는 1909년 버제스 셰일 화석지를 최초로 발견한 왈콧이 버제스 셰일 화석지에서 최초로 발견한 화석들 중의 하나이다. 즉, 1909년에 왈콧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연구의 일환으로 캐나다 로키 산맥의 암석을 조사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었고, 야외 조사가 거의 끝나가는 8월 31일 화석 능선(Fossil Ridge) 부근에서 ‘버제스 셰일 화석지’를 최초로 발견했는데, 이때 발견된 화석들 중의 하나가 왑티아이다. 당시 왈콧이 작성한 야외 조사 노트를 보면 왑티아의 형태가 간략하게 스케치되어 있다.
1909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왈콧의 야외 조사 노트. 왼쪽 페이지 3개의 스케치 중 오른쪽이 왑티아임. <출처: Wikimedia Commons>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미국 스미소니언으로 운반된 뒤, 왈콧에 의해 자세히 연구되었고, 마침내 1912년에 공식적으로 왑티아가 기재되었다. 왈콧은 발견된 표본에 왑티아 필덴시스(Waptia fieldensis)라는 생물을 제안했는데, 당시 기재의 근거가 되었던 모든 표본들은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그 후 왑티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왑티아의 분류학적 위치 및 눈과 신경조직 등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1912년 왈콧이 발표한 왑티아 필덴시스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왑티아의 생물학적 특징 및 생태
왑티아의 형태는 오늘날의 새우와 비슷한데, 머리·가슴·배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왑티아의 크기도 새우와 비슷해서, 최대 길이는 80밀리미터에 이른다. 왑티아의 머리와 가슴의 등 쪽 부분은 딱딱한 등딱지로 싸여 있는데 이것을 갑피라고 부른다. 갑피는 반원통형인데, 접번으로 작용하는 직선의 중간선을 따라 두 개의 각편으로 구분된다. 각편은 직사각형이며, 가로 길이를 비교해 보면 앞쪽이 뒤쪽보다 상대적으로 짧다. 왑티아의 갑피 안쪽 부분은 화석으로 거의 보존되지 않기 때문에 머리와 가슴부분의 구조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갑피의 안쪽에서 전방으로 한 쌍의 눈과 한 쌍의 촉각이 돌출되어 있다. 왑티아의 눈은 현생 새우의 눈처럼 긴 눈자루 끝에 달려 있다. 촉각은 길고 가느다라며, 여러 개의 마디로 구분된다. 아마도 왑티아는 눈과 촉각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감지했을 것이다.
왑티아의 단면 스케치. 1931년 왈콧이 스케치한 것으로 흉부의 갯수가 약간 다르게 스케치되어 있다. (a: 촉각, a.o: 항문, c: 갑피, c.f: 꼬리채, e: 눈, e.x: 아가미 부속지, h.c: 간, i: 장, r.p: 부리판 , st: 위, th.i: 걷는 부속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최근 연구에 의하면, 왑티아의 눈은 겹눈임이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바다 속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거나 적어도 다른 생물들의 행동에 반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앙 눈(median eye)의 존재가 밝혀졌으며, 뇌로 추정되는 신경조직이 있음이 밝혀졌다.
두부는 짧은 5개의 체절로 이루어지며, 체절 아래에 3~5쌍의 먹이 부속지가 달려 있어, 먹이 부속지를 이용해 먹이를 잡거나, 먹이를 입으로 운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왑티아는 퇴적물이나 물속의 유기물을 먹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흉부는 10개의 체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체절에는 한 쌍의 부속지가 달려 있다. 흉부는 두개의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앞의 4개의 체절에 달린 4쌍의 부속지는 걷는 부속지로만 이루어지며, 뒤의 6개의 체절에 달린 6쌍의 부속지는 기다란 잎 모양의 술을 갖는 아가미 부속지이다. 왑티아는 아가미 부속지를 이용해서 물속의 산소를 교환했으며 또한 헤엄치는데 아가미 부속지를 이용했을 것이다. 왑티아는 해저나 해저 근처에서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흉부에 달린 두 종류의 부속지를 이용하여 해저를 걷거나 물속을 활발히 헤엄쳤다.
복부는 5개의 체절로 이루어진다. 마지막 체절에만 꼬리채가 2개 달려 있다. 꼬리채는 프로펠러의 날개 형태이다. 꼬리채는 왑티아가 유영하는 동안 몸의 움직임을 안정시키고 몸의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생 새우처럼, 왑티아는 포식자를 만나면 꼬리채를 재빨리 휘둘러 뒤로 헤엄쳐 도망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몇몇 표본에서 머리에서 꼬리마디까지 뻗어 있는 장의 흔적과 둥근 모양의 위의 흔적이 관찰된다. 최근 마지막 체절에서 항문의 흔적이 발견됐다.
왑티아의 생물학적 유연관계
왑티아의 형태는 오늘날의 새우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1940년 나이트 (Charles R. Knight)는 왑티아 필덴시스를 원시 새우로 묘사 및 복원한 바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왑티아가 절지동물에 속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왑티아의 세부적인 분류학적 위치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1989년 브릭과 포티는 왑티아가 갑각류에 속하는 카나다스피스(Canadaspis) 및 페르스피카리스 (Perspicaris)와 유연관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사이언스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원시 갑각류의 분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기(口器) 부분이 왑티아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아 왑티아에 대한 생물학적 분류는 아직 불명확하다.
현생 새우 <출처: Wikimedia Commons>
왑티아의 산출과 절멸
왑티아는 현재까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소위 ‘왈콧 채석장’과 ‘레이먼드 채석장’에서만 산출되고 있다. 산출된 양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왈콧 채석장에서 1,400개 이상, 그리고 레이먼드 채석장에서 70개 이상이 산출되었다. 왑티아는 버제스 셰일 화석군 중 마렐라(Marrella)와 카나다스피스(Canadaspis)의 뒤를 이어 3번째로 풍부하게 산출되는 화석인데, 전체 버제스 셰일 화석군 중 왑티아의 개체수 비율은 약 2.55%이다.
왑티아 속(genus)에는 현재까지 총 1종(species)이 인정되고 있는데, 왈콧이 1912년 기재한 왑티아 필덴시스(Waptia fieldensis)가 모식종이다. 한편, 2008년 브릭에 의해 미국 유타 주에서 왑티아 필덴시스와 유사한 표본이 발견 및 기재된바 있다. 왑티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 중기인 5억 1000만 년 전에 최초로 출현하여 5억 500만 년 전에 절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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